일본이 이 땅에서 물러나고 좌익과 우익의 이념 대립이 첨예했던 해방공간, 신문기자인 허윤은 이념으로 분리된 세상에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이북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함께 밤마다 술집과 화류계를 전전하며 방황한다. 사실 이 해방공간에선 윤의 친구인 순익과 곰처럼 좌익과 우익의 확고한 이념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처지이다. 아직 고등학생인 윤의 하숙집 아들 성호는 공산당 당원이었던 아버지의 강요로 극좌 세력에 억지로 가입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술자리에선 항상 순익과 곰이 이념의 대립으로 싸우고, 다른 친구 형운은 지긋지긋한 이념 대립을 피해 차라리 밀수를 하며 산다.이렇듯 혼란한 해방공간을 취재하던 윤은 인민을 위한다는 겉모습과는 달리 미국 고위관리의 아내 윤임을 정부로 둔 채, 사리사욕에 눈이 먼 이철의 본모습이나, 우익을 비방하는 말을 하던 순익이 자신의 고향 선배가 단장으로 있는 극우 세력인 평안청년회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는 일들을 보게 되면서 이념에 대한 가치관에 더욱 혼란을 느낀다. 윤이 가치관의 혼란으로 고뇌와 갈등을 하는 사이, 그의 주위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한다. 순익은 공산당에 입당하고, 곰은 평안청년회에 가입해 시골로 내려간다. 아직 어린 성호 역시 인민재판에서 친구를 구하려다 집단 린치를 당하고, 형운은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동반자살로 생을 마친다. 하나 둘 변해가는 주위 사람들을 보던 윤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이철을 협박하다 순익이 있는 패거리들에게 린치를 당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윤은 집회를 취재하러 갔다가 이철의 참모습도 모른 채, 그를 영웅으로 숭배하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이념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던 윤은 결국 이철을 찾아가 그를 죽이고 만다.